첫 포스팅 이후로 4개월 만에 처음 쓰는 블로그 글이 2020년 정산 글이 되어 버렸다. 계획적으로 꾸준하게 포스팅을 하겠다고 다짐했었지만 “코로나” 라는 너무나도 큰 변수는 일상 뿐만 아니라 올 한해 계획했던 많은 것들을 뒤흔들어 놓았고, 그 때문에 제대로된 포스팅이 힘들었다고 애써 핑계 아닌 핑계를 내세워본다. 그러나 20년 끝자락의 지금 코로나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써 자리잡았고 내년에도 이는 변치 않을 것 같다. 변수 속에서의 2020년을 정리하고 상수와 함께할 2021년을 계획해보고자 한다.

Goodbye SAMSUNG, Hello NAVER

개인적으로 올해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10년간 일했던 삼성을 떠나 네이버라는 새로운 조직으로 옮긴일이 아닐까 싶다. 이직이 확정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아니, 왜” 였다. 왜는 알겠는데 “아니”라는 수식어는 왜 붙었던걸까. 예상컨데 이 사회가 통상적으로 정의하는 “안정적인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기에, 그걸 뿌리치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모험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결정하면서 내 스스로에게 가장 오랫동안 했던 질문도 역시 “왜” 였다. 왜 다른곳으로 가려고 하는가라는 질문도 중요했지만 왜 떠나려 하는가에 대한 답도 동시에 찾아야만 했다. 그 두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찾은 순간 두려움은 확신으로 바뀌었고 가야할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선 나중에 다른 포스팅으로 이야기를 해볼까 싶다.

결론적으로는 삼성에서의 10년을 잘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곳 네이버라는 새로운 조직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

Graduation!!!

드디어 졸업했다. 4학기 반만의 졸업. 졸업용 토익점수 내는걸 깜빡해서 4학기만에 졸업하지 못했지만(에휴). 여튼 끝냈다는게 정말 중요하다.

졸업을 통해 느낀건 딱 한가지다. 자부심이라는 것은 극한까지 열심히 해본자가 누릴 수 있는 명예로운 감정이라는 것. 전과목 A 학점. 탑 컨퍼런스 발표. 정말 열심히 했기에 후회는 없다.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는가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그렇게 해보지 않았기에 항상 후회가 남았고 그 후회는 죄책감에 가까운 찜찜함으로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내 스스로에게 떳떳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었기에 그 찜찜함을 떨쳐내고 싶었다.

대학원을 졸업한다고 해서 더 똑똑해지는 일은 없다. 하지만 연구에 대한 접근 방법과 문제에 대해 질문하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데이터와 근거에 의거한 사고를 추종하게 되었고 두리뭉실한 표현이 아니라 객관적인 수치로써 이야기 하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정신 개조에 도움을 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초기에는 직장인과 대학원생 그리고 헬 난이도 육아까지 더해져 이걸 과연 내가 끝낼수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힘들고 시간에 쫓길수록 극한의 효율을 찾게 되더라. 그리고 나에게 부여된 여려가지 역할의 혼란속에서 밸런스를 찾는법도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칭찬해주자. “고생 많았다.” 하지만 교수님 두번은 못하겠어요… 박사는 나중에 좀…

컨퍼런스 발표

올해는 두번의 컨퍼런스 발표를 (온라인으로) 했다. 첫번째는 오픈소스 포럼에서 주최한 “2020 공개SW 페스티벌”에서 클라우드 보안 취약점에 관한 내용을 발표하였다. 사실 이 발표는 삼성 재직 당시 (작년) 초대를 받았는데 여러 사정으로 발표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아쉽게도 포기를 했었다. 감사하게도 올해 다시 한번 주체측에서 연락을 주셔서 무사히 발표를 마칠 수 있었다.

두번째는 CONCERT에서 주최하는 해킹방지워크샵에서 네이버 피싱에 관련된 주제로 발표하였다. 올해 회사에서 피싱대응에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배운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대학원 졸업하면서 1년에 적어도 한번, 논문 또는 컨퍼런스 발표를 하겠다고 교수님께 약속드렸다. 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항상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내년에는 블랙햇 발표를 목표로 삼고 준비하려한다. (코로나가 끝나고 라스베가스에서 발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Stay Home (feat.FXXX Covid-19)

3월 네이버로 이직한 이후 12월 현재까지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직 첫날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업무용 노트북을 퀵서비스로 수령했을때 (네이버 만세) 이게 참 뭔일인가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질 기미가 안보이고 재택근무가 장기화 되면서 거실에 새로운 테이블을 설치하고 업무 공간을 만들었다.

첨에는 화상회의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서 적응이 필요했다. 특히 올해 경력이직을 했기 때문에 대면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회사 생활 적응하는데 여러가지 도움을 준 DK Kim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재택근무에 적응했고 업무 효율적인 측면에서도 훨씬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특히 출/퇴근에서 낭비되는 에너지 소모가 없는점은 최고의 장점이다. 또 하나. 일을 적게 하는게 아니라 일을 훨씬 더 많이 하게 된다. (이건 재택 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이야기 하는 듯) 불필요한 회의는 자연스럽게 최소화되고 모든 시간이 최적의 업무 효율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사용된다.

힘든점은 코로나 대응단계가 격상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다는 점이다. 업무 해야할 시간에 놀아달라고 보채거나 찡찡이 모드가 되면 아이도 힘들고 나도 힘든 난처한 상황에 빠지기 쉽상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생활계획표(?)를 작성했다. 낮 시간중 1시간은 아이와 집중해서 놀아주고 나머지는 아이 스스로 놀거나 학습하도록 했다.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어쩌랴. 너는 노는게 일이지만 나는 일을 해야 니 밥값을 벌어오는데. 아들아 집에 있을때 아빠 말 좀 잘 듣자. 아빠도 잔소리 줄이도록 노력할게.

Camping

작년에 처음 아들 어린이집 친구네 초대로 서해안쪽에 캠핑은 간적이 있다. 그 이후에도 몇번 그 가족의 초대로 “꼽사리” 캠핑을 다녀왔는데, 계속해서 그러는 건 좀 아닌것 같기도 하고 아이가 워낙 캠핑 가는 것을 좋아해서 올해는 본격적으로 우리 가족의 장비를 갖추고 캠핑을 시작했다.

노스피크 A7EX (에어텐트)를 첫 스타트로, 에어매트, 테이블, 의자, 식기류 등등 다 사고나니 허리가 휘청했지만 아들이 너무 좋아하는걸 보면 시작하길 잘했다 싶다. 내년에는 제발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캠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마무리

가끔 구글포토나 페이스북 앱에서 “과거의 오늘” 사진을 보여줄 때가 있다. 과거 사진속에는 그 누구도 마스크를 끼고 있지 않다. 이제는 그런 사진을 볼 때마다 이질감이 느껴진다. 마스크는 일상이 되어버렸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인 시대가 되어 버렸다. 2020년은 기쁜일도 많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생활의 변화와 관계의 어려움이 여실히 느껴졌던 한해였다.

내년 바램은 크지 않다. 국가가 코로나를 잘 극복했으면 좋겠고, 가족 모두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개인적인 연구와 커리어 개발에 대해서는 올해 결과를 바탕으로 좀 더 디테일하게 잡아가는 것이 필요할 듯 하다.

아무쪼록. 모두가 행복한 2021년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도드린다.